변호사를 꿈꾸는 이들에게(김재호)

흙수저 로스쿨 입성기

김재호작가 2022. 12. 2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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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로스쿨 입성기

 

2천만원 방 두칸 전세집에서 내방없이 자란 나는 많이 벌때는 한달에 4천만원 버는 변호사가 되었다. 나의 성공을 보며 누나는 내가 똑똑해서 라고 평했고, 법대출신 동기는 시샘을 했다. 

 

과외 한번 받아보지 못했기에, 한번도 똑똑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기에 낮설기만 한 지금의 모습. 하지만 기적은 한 순간 일어난 것이 아니다. 

 

농부인 아버지는 돈이 없다며 신림동에서 고시준비를 하지 말라고 극구 말리셨다. 빨리 회사에 들어가든지, 붙기 쉬운 시험을 보라고 했다. 나는 아버지가 원망스러웠지만 별 도리가 없었다. 

 

로스쿨제도가 생길 즈음 나는 대형로펌 연구원, 금융협회 직원으로 취업에 성공했지만 마음 한켠에는 늘 아쉬움이 있었다. 27살의 나이에 꿈을 너무 빨리 접어버린 것 같아서 씁쓸했다.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둔다고 했을 때 외가 친척들이 뜯어 말리고, 친형은 내꿈을 비관했다. 

 

니가 변호사가 될 수 있을까? 

변호사 되도 별볼일없어

공무원시험준비는 어때?

 

나는 통장 잔고에 100만원도 없이 막무가내로 로스쿨 입시에 도전했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출신들이 대부분 지원한다는데 내가 로스쿨에 들어갈 수 있을까? 

나 스스로 생각해 보아도 우수한 학벌, 좋은 어학스펙을 가진 입시생과 비교해 볼 때 경쟁력이 많이 떨어졌다. 

 

안정적인 직장을 박차고 나온 나는 마치 로스쿨이 유일한 길이라도 되는 것처럼 법학적성시험을 독학했다. 

서점에서 구입한 문제집을 풀면서도 내 실력이 의심스러웠다. 당연히 로스쿨입시학원에 가는 것은 꿈도 못꾸었다. 

온라인강의를 살돈도 없어 무작정 집근처 도서관에서 문제집이나 풀었다. 

 

토익도 준비를 한적이 거의 없어, 700점대에 머물고 있었다. 매번 시간이 모자라 독해부분을 거의 못풀었다고 지인에게 하소연을 했더니 영어과 출신인 지인은 그럼 독해부분부터 먼저 풀어보라고 조언을 했다. 그랬더니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 

 

세상에나. 910점이 나왔다.  

 

그리고 얼마 후 법학적성시험을 보았는데...점수가 2000명 안쪽으로 나왔다. 2천명이 로스쿨 입학정원인데 좋은 성적을 받으니 이제야 가능성이 보였다. 

 

꼭 합격하고 싶었던 나는 그리고 돈이 정말 100만원도 없었던 나는 등록금이 싼 국립대, 그리고 그나마 합격가능성이 높은 지방대를 썼다. 

 

1차 서류전형에 합격하고, 집단면접, 개별면접을 다 치른 후 12월 어느날 합격을 인터넷사이트에서 확인했을 때 정말 감격스러웠다. 

 

종교가 기독교인 나는 바로 무릎을 꿇고 하나님께 기도드렸다. 

 

다른 사람을 돕는 인권변호사가 되겠다고..그 약속은 아직도 지켜지지 않고 있지만..이제 며칠 후 시작한다. 

 

충북대로스쿨, 경북대 로스쿨 모두 최초합격통지를 보냈다. 어이가 없었다. 스카이(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출신도 아니고, 리트점수도 최상위권이 아닌데 이렇게 바로 최초합격을 할 수 있었다니. 

 

내가 너무 하향지원을 했나? 내 잠재력을 너무 저평가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경북대로스쿨을 선택했는데, 입학하고 보니 내가 130명중 상위 20%이내의 입학성적이라는 걸 장학금 신청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130명중 26명 안에 들 정도로 입학성적이 좋았음에도 불합격할 것을 두려워하며 덜덜덜 떨고 있었다니.  

 

학벌이 전부가 아니고, 내 잠재력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나는 그때도 모른 채 얼떨떨해 하기만 했다. 

 

어떻게 나는 로스쿨에 한번에 입학할 수 있었을까? 

 

어떻게 로스쿨 입시학원을 다니지 않고, 입시정보를 얻지도 못하고, 온라인 강의를 보지도 못하고

토익학원도 안다니고, 혼자서 영어를 독학하면서도 상위 20%이내의 성적으로 로스쿨에 입학했을까? 

 

이게 바로 자기주도학습의 힘인가? 무대뽀의 성과인가? 운이 좋았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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