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를 꿈꾸는 이들에게(김재호)

초짜 변호사의 법률사무소 개업기

김재호작가 2023. 1. 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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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무 열이 났다. 화가 났다. 짜증이 났다. 

 

뭐라고? 월 50만원, 100만원을 준다고? 

 

2014년 여름쯤이었다. 혀를 차고, 어이가 없고, 어안이 벙벙하고, 욕까지 나올 참이었다. 

 

미쳤구만.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면 6개월동안 실무수습을 해야 하는데, 하루 8시간을 근무시키면서 인턴이라는 명목으로 월 50만원, 월 100만원을 준다는 공고가 우후죽순처럼 그러니까 비온 후 대나무 새싹처럼 여기저기서 올라오고 있었다. 

 

내 자존심상 도저히 그 돈을 받고는 일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차라리 개업을 하지. 

 

그렇게 나는 진짜로 개업을 해 버렸다. 

 

여기저기서 놀라움 섞인 찬사가 쏟아졌다. 

 

대단하다는 말을 끝에 붙이는 식이니 찬사는 찬사였다. 단지, 변호사에 합격하자마자 바로 개업을 하시다니 정말로 용감하시네요. 대단하십니다. 그들의 표정에는 놀라움, 의문, 놀람이 섞여있었다.  

 

내가 개업을 결심하게 된 가장 직접적인 사건은 바로 위에서 말한 50만원자리 인턴 공고들이었다. 

그렇지만 내가 용단을 내린, 멘땅에 헤딩을 할 수 있었던 건 사실 한가지 비밀이 있다. 

 

그건 바로 내가 지난 2년 동안 사업자였다는 것이다. 

 

내가 사업자등록을 처음 한 것은 2012년 2월쯤이었다. 2011년에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주관하는 가맹거래사라는 시험에 최종합격했다. 프랜차이즈 전문자격증인데, 2011년 봄에서 여름쯤부터 준비해서 그해 겨울에 최종 취득을 했다. 

 

이듬해 나는 인터넷을 뒤져 사업자등록하는 방법을 배우고 세무서에 사업자를 냈다. 김재호 가맹거래사 사무소.

 

내가 로스쿨에 입학한 것이 2010년 3월이니 나는 아직 로스쿨생이었다. 집에다 사업자주소지를 설정하고, 블로그에 프랜차이즈 분쟁과 관련된 공정거래위원회 재결례를 올렸다. 당시 블로그를 거의 사용하지 않던 때라 관련 검색어를 검색하면 1면에 몇개씩이나 내 블로그 글이 올라왔다. 

 

전국에서 가맹상담 전화가 왔다. 그 중 하나는 봉구스밥버거 사장님이 정보공개서를 등록(기억이 정확하지 않아서 변경등록일 수도 있다)하고 싶다고 연락이 온 것이었다. 물론 학업에 바빠 그 사건을 수임하지는 않았지만 그 정도로 수많은 전화를 받고, 몇건의 분쟁사건을 처리했다. 

 

로스쿨 6개월 휴학후 복학으로 1년 정도 졸업이 늦어지자 조바심이 나 행정사 시험에도 응시해 2013년 겨울 최종합격을 했다. 그래서 2014년에는 행정사 실무수습을 마치고 사업자등록증에 업종을 추가했고, 사무실 이름도 바꾸었다. 

 

김재호 가맹거래사/ 행정사 사무소. 

 

이렇게 인터넷으로 홍보/마케팅을 해 본 경력으로, 나는 인턴 50만원 공고글들에 화가 단단히 나서 초짜 변호사로서 두려움을 안고 그냥 질러 버렸다. 

 

개업 한달이 되지 않아 첫 사건이 들어왔고, 난 검사출신 변호사를 상대방으로 하여 승소를 하였다. 

 

개업 첫사건은 쭈뼛쭈뼛한 표정과 몸짓으로 공인중개사사무소, 법무사사무소, 행정사사무소를 돌며 명함을 돌리던 내 전략이 성공해서 수임을 할 수 있었다. 혼자 명함돌리는 내 짠한 모습을 가엽게 여기신 법무사님이 자기 교회 교인 사건이라며 나에게 연락처를 주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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