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적인 면에서 실로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획기적인 전환기라고 한다면, 군대에서의 2년이 아니었을까요?
그 때 나는 법률교과서인 민법, 형법, 헌법을 각각 10번씩 이상 읽었습니다.
그리고 독해력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법서는 수필처럼 술술 넘어가지지 않습니다. 특히 법조인이 되기 위한 시험을 준비하던 터라 이해하고 암기하는 과정이 병행되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한 문장 한문장을 곱씹으며 이해하는 과정이 나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논리력, 사고력, 이해력, 암기력과 같은 지적인 능력이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그전까지 나는 신문기사를 읽는데 약간의 한계를 느꼈고, 사회과학 서적을 이해하는 것도 그리 녹록치는 않았습니다. 다만, 고등학교 재학시절부터 수능과목인 언어영역이나 내신 국어시험은 좋은 성적을 얻었기에 독해력이 그리 부족한 편은 애초에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대학교과서나 신문기사는 나에게 쉬운 산은 아니었습니다.
서른즈음에 로스쿨에 들어가면서 생존을 위해 본격적으로 다시 한번 법서를 파고들었을 때에는 기존의 향상된 독해력이 나에게 큰 자양분이 되어 주었습니다. 이제는 큰 어려움이 없이 사회과학 서적을 탐독할 수준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변호사가 되고 나서는 글을 쓰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습니다. 법원에 제출하는 서류, 검찰청이나 경찰서에 제출하는 서류는 대부분 설득의 뜻이 담긴 문서입니다. 논증의 구조입니다. 이를 위해 여러 논문을 참고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의학논문을 자주 보기도 하지만 그 어느 하나 나에게 큰 걸림돌이 되지는 않습니다. 신문기사 역시 나에게는 술술 익히는 류가 되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지적능력도 향상된다는 것입니다.
중학교 재학시절 어느 누구하나 나에게 우등생이라고 불러주거나 인정해주지 않았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에도 명문대 갈 정도의 성적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대학에 입학한 후에도 주변 사람들은 나를 똑똑한 사람이라고 평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글짓기 실력이 있다는 평은 중학교 시절부터 간간히 들어 왔던 정도였습니다.
20대 중반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으로 탐독한 법률교과서로 인한 영향인지, 아니면 그 과정에서의 논리적 사고력 배양 경험때문인지 나의 사고력은 제법 좋아졌습니다.
로스쿨에서 서울대 등 명문대 출신들과 수업을 들으면서 나는 내 지적인 능력이 전혀 부족하지 않음을 느꼈습니다.
그것은 변호사로서 활동하는 현 시점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십대 후반의 수학능력시험 결과로 인한 출신 대학은 사실은 지적 능력을 잘 대변하지는 못합니다.
독서량과 경험치가 늘어나고, 깊은 사고력을 배양하는 과정이 동반되는 시기를 경험한 사람은, 선천적 지능을 가진 사람만큼이나 아니면 나중에는 그보다 더 뛰어난 지적 능력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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