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튼한 기둥에 못을 박는 일
몸 쓰는 일을 중단하면 사람은 죽는다. 먹기, 잠, 일은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세 요소다. 사람은 살기 위해 먹을 뿐만 아니라 즐거움을 위해서 먹는다. 잠은 슬픔과 고통은 경감시키고, 소진된 체력을 충전시키며, 몸과 마음을 가뿐하게 만든다. 잠은 생명 유지의 절대 요소이고, 건강은 물론이거니와 삶의 질을 결정한다. 사람은 일을 함으로써 사회와 연계되고, 제가 필요한 존재라는 확신을 가지며, 수고와 노동을 봉급으로 교환하며 가족 부양에 필요한 돈을 번다.
-장석주
집에만 있다가, 동네에만 있다가 엄마랑만 지내다가 옆집 동생이랑만 놀다가 더 멀리 유치원에 가는 것이 1년 형들과 지내고 낮선 유치원 선생님을 만나는 것이 나에게는 두려움이었습니다. 섬마을에 살다가 열세살 도시로 이사가는 것, 단층 국민학교를 다니다가 5층 도시 학교로 전학가는 것이 나에게는 두려움이었습니다.
낮선 서울, 대학교, 선생님 대신 교수님, 같은 지역 친구 대신 여러 지방에서 올라온 동기, 선배들과 지내는 대학의 시작은 두려웠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일을 시작하던 때, 부장님, 이사님, 대리님, 조용한 사무실, 컴퓨터 놓인 책상, 출퇴근시간은 나에게 두려움이었습니다. 60세까지 일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내가 살아야 할 이유까지 물어야 할 정도로 큰 짐이었습니다.
낮선 장소와 낮선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나에게 두려움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익숙한 것들로 채워진 일상에 마지막 낮섬은 아마 죽음이겠지요.
죽음 이전의 60년의 삶(백세시대라고 하니)은 일, 쉼, 관계, 취미로 채워가겠지요.
장석주시인은 먹는 것, 잠자는 것을 새삼 강조합니다. 그까짓것 뭐 대수라고 남들 다하는 것 이렇게 치부되는 먹는 것, 잠자는 것에 의미를 부여합니다. 내가 우러러보는 시인이 하는 말을 곱씹어보니 먹는 것, 잠자는 것은 원래 의미있고 가치있는 것이었는데 별것 아닌 것, 평범한 것으로 치부했던 것이었나 봅니다.
생물에게 삶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지요. 살게 해주는 먹는 행위, 잠자는 행위는 얼마나 중요합니까? 잘 먹어야, 잘 자야 좋은 컨디션으로 하루를 살아가게 되니 얼마나 중요합니까?
나를 가장 사랑해주는 엄마, 아빠를 눈에 안보이는 공기처럼 가볍게 여기는 것처럼
나에게 가장 중요한 먹는 일, 잠자는 일을 나는 돈도 안되는 것으로 치부해 버렸네요.
돈은 안되지만 나를 살게 하는 일, 나를 풍성하게 하는 일, 나를 기쁘게 하는 일이라고 이름붙이겠습니다.
일은 단지 돈과 맞바꾸는 어쩘 수 없는 의무라고 무의식에 넣어둔 일의 개념은 일상을 때론 지옥으로 만듭니다.
내 일을 통해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고, 또 나 자신도 일을 통해 보람을 느끼는 것을 간과했습니다.
자존감을 높이고, 도덕감정에 충실한 일을 하겠습니다. 숲의 철학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말처럼.
일도 삶의 일부, 인생의 일부이니 일도 지극히 충실하고, 집중하고 몰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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