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것이아름답다(장석주)

산과 바다 그리고 자연

김재호작가 2022. 12. 2.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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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바다 그리고 자연

 

나는 짜장면, 짬뽕하면 짬뽕

산, 바다 하면 바다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하면 아메리카노

물냉, 비냉하면 물냉

찍먹, 부먹하면 찍먹

후라이드, 양념하면 후라이드

반숙, 완숙하면 반숙

돼지고기, 소고기하면 돼지고기(한우는 제외)

김치찌개, 된장찌개하면 된장찌개

초콜릿, 사탕하면 초콜릿입니다. 

 

바다파인 저는 여수, 군산, 대천, 강릉, 양양, 속초, 고성, 부산, 코타키나발루, 세부, 다낭, 나트랑 바다를 수도 없이 다녀왔습니다. 여름바다뿐만 아니라, 봄바다, 가을바다, 겨울바다 시간만 되면 일단 바다로 떠나보곤 했습니다. 

 

숲은 철저히 외면했습니다. 집 뒤에 있는 조그만 동산은 2년 전에 아들과 산딸기 따러 한번 다녀오곤 안갔고, 근처의 수락산도 중턱도 안갔다가 돌아오곤 했습니다. 심심하고 고독한 혼행보다는 확트이고 시끌벅적한 도시바다가 좋았습니다. 

 

대학교 4학년 교양과목중 하나가 등산이었고, 그 때 종주한 설악산은 특별했습니다. 자욱한 안개에 스코틀랜드 언덕과 같은 풍경은 평생의 자랑입니다. 특별한 순간의 특별한 감정은 평생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올해 초여름 동네동생과 함께 간 설악산 골짜기도 정말 특별했습니다. 전날 양양바다를 보고 간 숲이었기에 바다와 비교가 되었는데 숲이 주는 힐링에 감격했습니다.  

 

“나는 숲으로 갔다. 천천히 살며 오직 삶의 본질만 마주하고 삶이 내게 가르쳐 준 것 중에서 배우지 못한 것은 없는지 살펴보기 위해서, 마침내 죽게 되었을 때에야 제대로 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지 않기 위해서 나는 숲으로 갔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에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이제 숲으로 가려고 합니다. 확트인 수평선을 보며 어머니의 포근함을 느끼는 바다에 가야할 때가 있다면, 고독한 자아를 만나서 흙과 나무 그리고 가려진 하늘에 쌓여 심연으로 내려가야 할 시기가 있습니다. 

 

시골에서 살면서 그동안 수천 그루의 나무를 벌목하는 데 관여한 죄책감으로 해마다 나무를 많이 심었다. 그러면서 나무에 대한 공부도 하게 되었다. 대추나무 감나무 살구나무 배나무 복숭아나무 앵두나무 매실나무 같은 유실수를 심고, 단풍나무 꽃사과나무 구상나무 주목 소나무 명자나무 영산홍 해당화 같은 나무도 열심히 심었다. 나무를 심는 것은 책을 만들면서 많은 나무들을 베어 내는 데 일조했다는 것에 대한 일종의 속죄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장석주

 

시인이 갖는 연대감을 나도 느끼고 있습니다. 분리수거통 앞에 갈 때마다 느끼는 갈등은 자연이냐, 나냐 하는 순간의 것입니다. 비닐에 묻은 양념을 씻어 비닐수거통에 놓을 것이냐, 그냥 일반쓰레기통에 넣을 것이냐, 양념을 씻느라 물낭비, 내 시간 낭비하는 게 옳으냐? 아니면 그냥 편하게 일반쓰레기통에 버릴 것이냐? 결국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할 수 없다는 생각, 그리고 물낭비와 비닐낭비, 시간낭비 중에 어느 것에 더 비중을 두어야 할지 모른다는 생각, 이런 것에까지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애매할때는 그냥 생각을 중단해 버립니다. 

 

그러나 한 20년전 시작된 쓰레기 분리수거제도는 참 좋은 것입니다. 그것으로 습관이 생기고, 자연을 생각하는 마음이 자라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무생물까지 아끼는 마음에까지 마음이 자라면 성숙이라고 이름붙여도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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