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것이아름답다(장석주)

가장 소중한 것

김재호작가 2022. 12. 7.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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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소중한 것

 

예수는 머리 둘 곳이 없었습니다. 집을 소유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전세도 월세도 없었습니다. 그냥 그날 그날 누군가 재워주는 곳에서 잠을 자거나 노상이나 숲이나 광야에서 잠을 잤을 것입니다. 

 

견유학파. 하하하 웃기네요. 개같은 인생을 살고 싶었던 견유학파의 디오게네스는 90세 가까이 구걸하면서 살다가 생애를 마쳤습니다. 데오게네스는 스승에게서 인간은 덕(德)을 위해 살아야 하며, 그것을 위해서는 선한 마음만 필요할 뿐 재산과 명성과 외모 따위는 아무것도 필요 없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디오게네스는 여기서 더 나아가, 쓸데없는 욕심을 버리고 자연에 적합한 것만 취하면, 인간은 얼마든지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디오게네스는 평생을 집이 아닌 커다란 통 속에서 살았습니다. 단 한 벌의 옷만 걸쳤고, 그의 재산이라야 물을 떠먹을 때 쓰는 표주박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개 한마리가 혀로 물 마시는 걸 보고, 개도 저렇게 물을 마시는데 뭐하러 이딴게 필요하냐며 표주박을 내던지고 개를 스승으로 삼아 지냈기에 귀찮은 사람이 와서 질문하면 "나는 개다. 그러니 꺼져!"라고 응했습니다.

 

그러나 예수는 무엇인가를 소유하는 대신, 자기의 사상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지금까지도 나누어 주고 있습니다. 자기의 능력을 나누었습니다. 물을 포도주로 바꾸어 잔치중인 사람들이 즐거움을 유지하도록, 죽은 나사로를 살려 누이들의 슬픔을 그치도록, 병든자와 귀신들린자를 고쳐 고통에서 해방을 주었습니다. 자기 자신의 생명을 주어 인류의 구원까지 주었습니다. 

 

디오게네스 역시 삶을 향유하였습니다. 물건을 얻기 위해 물건의 노예로 물건을 위해 일하지 않았습니다. 따뜻한 햇살을 향유했고, 선한 마음으로 살아가면서 자기 자신이 원하는 모습대로 살아나갔습니다. 

 

이 두명의 노숙자는 오늘날 나에게 한가지를 말해줍니다. 

 

너는 집이 필요하냐고, 큰 집이 필요하냐고, 강남 요지의 아파트가 필요하냐고, 그 아파트에 온갖 명품 티비, 노트북, 휴대폰, 쇼파, 비싼 옷, 명품 시계, 이름있는 제조사의 가방을 채워넣는 것을 위해 하루 많은 시간을 들이는 것이 좋으냐고 묻습니다. 

 

집은 가족이 먹고 자고 얘기하며 생을 일구는 생명-공간이다. 갓난아이는 엄마의 품에서 젖을 빨며 재롱을 떨고, 나날이 쑥쑥 자라난다. 기둥에는 아이들이 키를 잰 눈금들이 있다. 아이들이 분가를 한 뒤에도 집은 노년을 맞은 부모들의 안식처로 남는다. 사람은 집에서 생을 시작하고 집에서 생을 마감한다. 집은 물리적 거주지, 심리적인 휴식처, 치유의 공간, 피난처다. 집은 안락하고 안전하며 감정적 필요에 부응하는 쓸모 있는 장소여야 한다. 그래야만 소진된 몸과 영혼을 재충전하는 제 구실에 충실할 수 있다. 가장 좋은 집은 활력과 영감이 넘치는 건강한 삶의 공간이다.
-장석주

 

장석주 시인의 말처럼 집은 얼마나 소중한 공간입니까? 아이들의 키 잰 눈금의 추억, 노인이 된 부부의 안식처, 힘들게 일하고 난 후 편히 쉴 곳입니다. 

 

그러나 소중한 것은 나 자신이고, 나의 가족들이며, 나의 휴식이고, 나의 편안함입니다. 

소중한 것은 집이 아니고, 명품 옷이 아니며, 좋은 가구가 아닙니다. 

 

그리고 100년 인생의 한 가운데서 줄어들고 있는 나 자신의 시간, 지금 이순간이 가장 소중합니다. 

가장 소중한 매순간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을 하는 것이 가장 소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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