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것이아름답다(장석주)

소식 예찬

김재호작가 2022. 11. 28.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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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 예찬

 

대학교를 다니던 시절 저는 대식가였습니다.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찌던 시기였습니다. 외로운 서울에서의 타향살이에서 음식은 유일한 해방구였습니다. 술도 담배도 안하고, 여자친구도 없던 나는 유일하게 먹는 것으로 공허함을 해결했습니다. 그러나 살은 안쪄도 여전히 마음의 공허함과 외로움은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법학과에 다니던 나는 피골이 상접한 교수님과 식사를 했습니다. 교수님은 어느 교회 장로였고, 나는 학과내 기독교 동아리 소속이어서 식사자리가 마련되었던 것입니다. 교수님은 밥은 배부르기 전까지만 먹는 게 마음과 몸 모두에 좋다고 학생들에게 조언을 해 주었지만 20대의 젊은 나에게 그 말은 물음표 가득한 말이었습니다. 배부름의 기쁨조차 없다면 삶을 지탱하기 힘들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40대에 접어든 지금에야 교수님의 말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폭식과 과식의 나날들, 폭음과 폭주의 나날들 더는 젊지 않아 나날이 살이 찌고 다이어트를 더는 미룰 수 없을 때 어쩔 수 없이 시작한 식이요법이 적응이 되니, 건강한 음식을 찾게 되고 점차 과식과 폭식 습관이 없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식욕의 거대한 파도가 잦아드니 적게 먹는 것, 절제하는 것의 미덕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어쩌다 먹게 되는 초콜렛의 맛을 음미하고, 케익 한조각에 그렇게 온 신경을 집중합니다. 

 

시금치의 깨끗함, 꽁보리밥의 통통함을 좋아하게 됩니다. 인스턴트 음식에 섞인 방부제는 마치 유명 요리사가 소금을 머리위에서 흩뿌리듯 인위적입니다. 

 

갖 사회생활에 접어든 20대 후반 회사의 상무님은 계단오르기를 신입사원에게 추천해 주었습니다. 날씬하고 활동적인 생활습관을 가진 젊은이가 계단오르기에 의문을 가진 것은 당연합니다. 십수년이 흐르고야 60대 상무님의 말이 다시 떠오릅니다. 한 십년이 더 지나면 나도 계단오르기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다른 세대간 생활방식은 나이만큼이나, 몸상태만큼이나 차이가 나지만 시간적 간격이 좁혀지면 결국 자신의 것이 됩니다. 

 

소박하게 먹고, 단순하게 사는 것, 그게 내 방식의 삶이다. 하루의 보람은 사과 한 알 먹는 거, 세 시간 이상 햇볕을 쬐며 걷는 거, 8시간 정도 읽고 쓰는 거, 심심함 속에 머무는 거 따위다. 그리고 이타적 생각을 하며 살기, 어제보다 더 나은 사람 되기를 실천해야 삶이 온전해진다.
-장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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