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것이아름답다(장석주)

나는 왜 하필 여기에 있을까요

김재호작가 2022. 12. 15.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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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하필 여기에 있을까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지구가 속한 태양계가 은하의 중심이 아니라 은하의 외진 변방이라는 사실을 인류가 알아낸 건 불과 백 년 전이다. 현생 인류는 태양계가 은하의 중심핵에서 약 3만 광년 떨어진 외지고 후미진 곳에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안다. 나는 젊음을 지나쳐 장년을 거쳐 노화가 시작하는 입구에 서 있다. 여기에서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살아야 할 미래를 내다본다. 수소와 헬륨가스로 이루어진 태양이 그 질료를 다 태어 버린 뒤 우주 사막으로 사라지고, 지구는 얼음으로 뒤덮여 생명체들이 살 수 없는 별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때도 우주는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장석주

 

과학의 시대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신화 속에 살고 있습니다. 과학이 걷어내지 못한 부분은 여전히 고대 인간의 상상의 영역이 활개치고 있습니다. 장난감같은 우주선을 만들어 달까지 사람을 보내지만 여전히 쓰나미 한번으로 1만5천명이 죽습니다. 인간의 마음을 밝혀내는 뇌를 연구할 수록 미지의 영역은 늘어납니다. 

 

다윈의 진화론 이후에도 여전히 교회에서 창조론을 설파하는 것은 단지 사람들이 비과학적이어서가 아닙니다. 과학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은 아직 과학이 발전하지 못했다는 의미입니다. 과학 너머에 있는 인간의 상상력, 상상력 너머에 있는 신의 계시에 사람들은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빅뱅이론, 팽창우주론 이후에도 여전히 신의 존재를 믿는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에서 갑자기 우주가 창조되었다는 이론 속에는, 빛, 복사에너지, 물질이 생기는 빅뱅이 있었다는 것은 에너지를 만들어 낸 신을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신이 아니라도 운동을 일으킨 존재를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인간이 유한한 만큼 과학은 끝이 없이 발전해야 합니다. 그만큼 과학은 아직 발전하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그만큼 유한한 존재입니다. 근거없이 신에게 자신을 맡겨버리지 말고 자기의 인생을 스스로 규정하고 살아가라는 철학자 니체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러나 한편 자기를 스스로 규정할만한 지적 능력이 부족함은 과학이 발전하고 있다는 명제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아직 인간 자신을, 아직 세상을 잘 모르는 인간이 어떻게 스스로를 제대로 규정할 수 있고, 제대로 규정하지 못한 인간이 어떻게 제대로 살아갈 수 있겠습니까? 

 

결국, 과학이 아직 증명하지 못한 부처님의 가르침, 예수님의 가르침에 우리는 과학에 의존하는 것만큼이나 의존해야 합니다. 그것이 인간의 상상력이든, 집단 무의식의 상징이든, 신의 계시든 말입니다. 

 

인간 존재 자체의 커다란 잠재력, 무의식의 잠재력, 영혼의 무한함 또는 무한한 신에게 우리는 의존해야 할만큼 한낱 100년을 살고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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