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 심리학 첫머리: 술 애찬 술이 좋은 이유
술은 사랑스럽습니다. 다른 데에는 돈을 아껴도 술에는 돈을 아끼고 싶지 않습니다.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이지만 술에 대한 애정만큼은 비주류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주말이면 아무튼 술 이렇게 외치고, 독일에서 맥주는 술이 아니래 그냥 음료수지. 예수님도 포도주 마셨는데 뭘. 이렇게 아내와 아들에게 궤변을 늘어놓다가 소피스트라고 구박을 받았습니다.
술꾼의 축에도 못들지만, 알코올 중독테스트에서는 중독임이 확실하다는 판정을 받았던 나는 맥주의 첫잔이 그렇게도 좋았습니다. 그래서 빨대로 마실 때는 절대 그 느낌을 살릴 수 없는, 차가운 맥주의 첫 목넘김이 그리도 따가우면서도 강속구를 받아쳐 홈런으로 만들어버릴 때의 그 타격감과도 같이 시원했고 통렬했습니다.
안주없이 목, 식도, 위로 술술 넘어가다가 다시 위에서부터 식도, 목을 타고 머리까지 슬슬 올라오는 취기는 양볼에는 홍조를 뒷목부터 두개골 표피가득히 알딸딸함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게다가 맥주캔 따는 소리는 얼마나 경쾌합니까? 쾌지나칭칭나네. 한민족의 얼이 새겨진 꽹과리의 첫음처럼 탁하고 발산하는 음파는 술을 마시기도 전에 커튼이 열리기 시작한 무대와도 같이 기대감을 줍니다.
맑고 깨끗한 초록의 자태를 하고, 졸졸졸졸 시냇물같이 은백의 투명한 별빛처럼 반짝이는 소주는 한잔, 두잔 넘어가며 묵직하게 배를 채웁니다. 날숨에 마저 끝향을 아낌없이 주고 가는 백포도주 나는 포도주와 치즈가 무제한인 빕스를 무척이나 사랑합니다. 호텔 루프탑바의 위스키나, 베트남 길거리의 얼음맥주나, 필리핀의 모히또나 알딸딸한 그곳이 천국입니다.
금요일 오후면 술 생각이 간절한데, 하루 참고 난 토요일은 테라스에서 느긋하게 마실 술이 일품인데, 내일이면 다시 일해야 하는 일요일 밤이면 울적함을 술로 달래는 것이 정석인데 도대체 금주가 왠말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