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이 사람의 마음에 끼치는 영향(환경이 심리에 미치는 영향)
난 요즘에 내 주변 환경을 다시 살펴보게 돼. 내 차, 내 방, 내 집, 집주변 거리, 내가 사는 의정부, 내가 출강하는 대학교, 뭐 그런 것들 말이야. 하차감이라고 하잖아. 내가 차에서 내리면서 느끼는 하차감, 어지러운 내 책상이 있는 내 서재에서 일하지 않고, 굳이 거실 쇼파 앞에 밥상을 펴고 그 위에 노트북을 올려서 일하는 거, 집 근처 골목에 차가 많이 다녀서 어수선해서 산책을 나가기 싫은데, 엄마집 아파트는 새 아파트라 차가 안 다녀서 고요히 산책을 할 수 있는 거, 수도권이 아니라 강남에 살면 내 마음은 또 어떤 영향을 받을까?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게 되면서 겪는 새로운 경험, 최근 갑자기 차가 고속도로에 서서 거의 10년만에 지하철이나 버스로 다니면서 새롭게 경험한 것들...
참 나는 환경에 의해서 마음이 많이 영향을 받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지. 그래서 좋은 환경에서 살고 싶은 욕심이 많아지고 있어. 강남이 좋은 환경이라는 건 아니고, 사람마다 원하는 환경이 있잖아. 나는 몇달전까지만 해도 바닷가 전망의 아파트에서 살고 싶어했거든. 찬바람나는 겨울에는 따뜻한 동남아의 어느 해변에 있는 수영장 딸린 콘도에서 머물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말이지. 그런것들이 내 삶을 어떻게 바꿀까? 내 마음을 어떻게 바꿀까하는 궁금증이 있지.
몇달전까지만 해도 경제적 자유를 얻고, 휴양하면서 책이나 좀 쓰자는 생각이었는데, 요즘은 일 자체에 몰입하는 것, 좀 거창하게 말해서 자아실현에 의미를 두고 있어서 원하는 환경도 바뀌었지. 그래서 어떤 환경이면 나에게 좀 더 일에 몰입할 마음을 줄까? 나는 지금 가능한 선에서 어떤 환경을 바꾸어야 할까? 그래야 더 내가 내 목표에 집중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많이 들지. 환경은 정말 마음에 큰 영향을 미치니까.
반대로 동시에 드는 생각은, 여러 환경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환경에 지배당하는 수동적인 존재는 또 아니라는 것.
그래서 그 두가지가 시너지를 얻을 방법은 무엇일까? 하는 고민이 있어. 잘 모르겠네. 당장 오랫만에 책상을 치워서 책상에서 일을 하기는 했고, 매번 밖에서만 일하다가 오랫만에 자발적 재택근무도 했고 이런 건 긍정적으로 평가할만한데. 그리고 산책하기 좋은 별내나 이런 곳으로 가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산책은 지성에 있어서 참 좋은 영향을 주니까 말이지.
생각해보니, 요즘 돈을 아끼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도 변화이긴 하다. 예전에는 무조건 싼걸 선호했는데, 요즘에는 돈을 잘 벌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서인지 카페에서 세번이나 음료를 시키기도 하고 말이지. 의식적으로 카페에서 돈을 충분히 쓰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라고 볼 수 있겠지. 마음의 변화인지 환경의 변화인지 좀 애매하긴 하다.
인지심리학자 도널드 노먼이라는 사람이 심리학과 디자인의 관계를 규명한 유명한 책을 썼대. 디자인과 인간심리라는.
산에 오르면서 다음 한 발을 내딛기 힘들 때는 멈춰 서서 주저하게 된다. 이럴 때는 험준한 바위산에 발자국 모양을 인쇄해 어디로 발을 뻗으면 좋을지 안내하면 된다는 개념이 노먼의 행동유도성이라는 거라고 하네. 여기서 발자국 모양(풋 프린트)은 사람을 유도한다고 하네. 실제
그 밖에 1950년대 미국에서 비행기 승객들이 에어컨 구멍에다 편지를 넣었다. 우편함 구멍처럼 보여서. 그리고 승객 좌석 위 화물칸에 아기를 태운 엄마도 있었다. 비행기를 타보지 않아서 그랬다고 한다.
-Peter Merholz는 Henry Drefuss의 저서 Designing for People(1955)에서-
디자인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보면서, 좀 더 넓게 환경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사색해 본거지. 그리고 내 일에 더 집중할 수 있는, 몰입할 수 있는 환경변화요소는 뭘까 고민해 본 것이고.
벽에다 자기가 원하는 소망의 이미지를 붙여놓고, 이미지 카드를 만들어서 자주 보고, 또 자기암시의 말을 되내라는 것...그것도 환경설정의 한 방법이겠지.